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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가려움인 줄 알았는데?"... 전신 쇼크 부르는 '한랭두드러기' 예방법은?


누구나 겨울철 야외 활동 후 살결이 발그레해지거나 가벼운 가려움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와 몸이 녹기 시작할 때, 단순히 가려운 수준을 넘어 피부가 모기 물린 듯 붉게 부풀어 오르고 참을 수 없는 화끈거림이 동반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찬 바람에 닿자마자 이런 증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단순히 예민한 피부 탓이 아닌 '한랭두드러기'를 의심해야 한다.

피부과 전문의 김형수 원장(서울에이치피부과의원)은 "찬 기운에 노출된 후 수분 이내에 즉각적으로 부풀어 오른다면 한랭두드러기를 우선 의심해야 한다"며, "단순 가려움으로 치부해 방치하면 전신 쇼크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원장의 자문을 통해 한랭두드러기의 정체와 겨울철 안전을 지키는 '피부 관리법'을 상세히 알아본다.

전체 인구 1,000명 중 1명…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병
한랭두드러기(Cold Urticaria)는 찬 공기나 찬물, 얼음 등 차가운 물질에 노출된 뒤 피부가 다시 따뜻해지는 과정에서 수분 내에 팽진(부풀어 오름), 홍반, 가려움이 발생하는 '물리적 두드러기'의 일종이다. 전체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약 5~10%를 차지하며, 일반 인구 기준 약 0.05~0.1%의 유병률을 보인다. 김형수 원장은 "아주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활동량이 많은 10~30대 젊은 층에서 비교적 많이 발생하며, 소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위를 적으로 오해한 면역 체계, '비만세포'의 오작동
남들은 시원하다고 느끼는 찬 바람이 왜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팽진(부풀어 오름)으로 변하는 걸까? 정확한 발생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학계에서는 우리 몸속 면역 세포의 '오작동'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그 중심에는 피부 속 '비만세포(Mast cell)'가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추위라는 물리적 자극을 '공격'으로 오해한 비만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히스타민과 같은 염증 물질을 일시에 쏟아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부종과 가려움이 생기게 된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이지만, 드물게 바이러스 감염 후나 자가면역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전적인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가족성 한랭 자가염증 증후군 같은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즉각적인 팽진 증상이 특징... 의심되면 '얼음 조각 검사' 시행해야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에 한랭두드러기는 겨울철 흔한 피부 건조증이나 동상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피부 건조증은 하얀 각질과 만성적인 가려움이 특징이고, 동상은 추위에 노출된 후 12~24시간이 지나 통증과 함께 나타나지만, 한랭두드러기는 찬 기운에 닿은 후 몸이 녹기 시작하는 수분 이내에 즉각적으로 경계가 분명한 팽진(부풀어 오름)이 발생한다. 김형수 원장은 "춥자마자 바로 모기 물린 것처럼 부풀어 오른다면 한랭두드러기를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 방문 전 '얼음 조각(Ice cube) 검사'를 통해 자가 진단을 해보는 것도 좋다. 얼음 조각을 얇은 비닐에 싸서 팔 안쪽에 5분간 가볍게 얹어둔 뒤, 얼음을 치우고 피부가 다시 따뜻해지는 10분 동안 관찰하는 것이다. 이때 얼음이 닿았던 부위가 부풀어 오르면 양성일 가능성이 높다. 김 원장은 "얼음이 녹은 물이 피부에 직접 닿으면 수인성(물에 의한) 두드러기와 헷갈릴 수 있고, 꾹 누르면 압박 두드러기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자가 진단은 참고용일 뿐 정확한 진단을 위해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전신 쇼크 유발, 갑작스런 찬 기운 노출 치명적
한랭두드러기가 치명적인 이유는 전신 쇼크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소 부위가 아닌 전신이 갑자기 찬 기운에 노출될 때 가장 위험하다. 입술이나 혀, 목 안이 붓는 느낌과 함께 호흡 곤란이 오거나,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즉시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김형수 원장은 "어지러움, 현기증, 식은땀, 실신 혹은 심한 복통과 구토가 동반된다면 이는 즉시 119를 불러야 하는 위험 신호다"라고 경고했다.

증상 발현 전 '예방적 복용'과 단계적 체온 적응이 관건
한랭두드러기 치료의 핵심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대처하는 '예방적 복용'이다. 이미 가려움이나 부풀어 오름이 시작된 뒤에는 이미 분비된 히스타민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형수 원장은 "추운 날 외출이 예상된다면 1~2시간 전에 미리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라며 "증상이 잦은 겨울철에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매일 규칙적으로 복용해 증상을 억제하고,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중급 이상 환자는 주사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물만큼 중요한 것이 '급격한 온도 변화' 차단이다. 사우나 후 냉탕에 들어가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며, 반대로 추운 실외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올 때 몸이 갑자기 녹으며 증상이 심해지는 현상도 주의해야 한다. 김 원장은 "실내에 들어오기 전 복도 등에서 체온을 서서히 높이거나, 실내 진입 후 두꺼운 외투를 한 번에 벗지 말고 단계적으로 벗어 체온 변화의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서히 증상 완화... "꾸준한 관리가 완치의 핵심"
다행히 한랭두드러기는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만성 질환인 경우가 드물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 유병 기간은 4~9년 정도이며, 환자의 30~50%는 수년 내에 증상이 저절로 사라지는 자연 관해(병의 증상이 자연히 없어짐)를 경험한다. 특히 소아나 청소년기에 발병한 경우 예후(경과)가 더 좋은 편이다. 김형수 원장은 "당장 완치되지 않는다고 조급해하기보다, 증상이 있는 기간 동안 꾸준한 약물 치료와 철저한 생활 관리로 합병증을 막으며 자연스럽게 증상이 소실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치료 목표다"라고 조언했다.

겨울철 외출 시 반드시 지켜야 할 '피부 방어 3계명'
마지막으로 김형수 원장은 한랭두드러기 환자를 위한 겨울철 생존 수칙으로 다음 세 가지를 당부했다.

① 피부 직접 노출 최소화
: 찬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마스크, 목도리, 장갑(면+방풍 소재)을 착용해 노출 부위를 철저히 차단한다.

② 보습제 활용
: 외출 전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차가운 공기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③ 찬 음식 주의 및 비상약 휴대
: 찬 음료나 아이스크림은 입안 점막을 붓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고, 중증 환자는 비상용 항히스타민제나 에피네프린 키트(응급 주사제)를 항상 지참해야 한다.